미국 62일차. 10월05일(월) 영어 공부
2026.8.1. ~ 2027.7.31. Emory University 방문 연구자 체류
알파레타 도서관에서 ESL 수업을 듣는데 월, 수는 중급반, 화, 목은 초급반이다. 초급반 강사는 계속 노부부 강사인데, 중급반 강사는 계속 바뀌었다. 참가자들도 자꾸 바뀌는데 인도인 와산디느 우리처럼 초급반, 중급반 모두 참석하는 것 같았고, 터키인 달릭? 씨, 페루인 오스카 씨, 한국인 찬 씨 등이 중급반 개근 출석이다. 오늘은 남자 강사인데 파키스탄 출신 미국인이고 이름이 Kim 이었다. “우리는 중급반이니까 설명은 안 하고 주로 회화를 할 거예요.” 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진짜 ESL 수업이 시작되었다. 영국 시트콤 Mind your language 를 보면서 상상했던 장면이다. 나를 보더니 자기 사촌이 있는데, 평양에 사는데, 이름이 정은이라고 했다. 나는 “I knew it.”을 외쳤다. 시트콤 Friends 보면서 꼭 한번 써 먹어 보고 싶었던 말이다. 그런 식으로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이랑 이야기하더니 30분 정도 남았을 때 이야기 순서 맞추기로 그룹활동을 했다. 4명씩 짝을 지어 4개의 조각난 글을 주고 순서대로 배열하는 활동이다. 나는 멕시코인, 에콰도르인, 콜롬비아인과 한 팀이 되었다. 에콰도르인에게 엘 콘도르 파사가 에콰도르 노래 맞냐고 하니까 어떻게 아냐고 되물었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불러서 안다고 했더니, 거기 있는 3명 모두 사이먼과 가펑클이 누군이 모른다고 했다. 우선 4조각을 1명씩 나눠서 각자 읽어가지고 한 명씩 읽기로 했다. 그때 느꼈다. “아, 모둠 활동 하는 아이들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너무나 막막하고 마음은 조급하고 앞의 사람을 믿어도 되는 걸까, 나도 스스로 생각해 보고 싶은데 잘하는 아이가 먼저 답을 말해 버리면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활동이 끝나면 어떡하지, 그러면 배운 게 없을 텐데,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우선은 집중해서 들어보기로 했지만, 듣기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조각조각 읽으니 순서 파악이 되지를 않아서 4조각을 모두 가운데에 모아 놓고 모두가 모든 조각을 비교하며 읽기 시작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도 그렇지만 모둠 활동을 할 때, 모둠활동지를 1장만 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모둠의 답은 하나로 모아서 한 장에 정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간에 활동지 1장을 놓고 보면 제대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그룹에 4명이 있다면 4명 모두에게 4장의 조각을 나눠줘야하는 것이다. 그래야 차분히 읽고 혼자서 이리저리 조각을 배치해 볼 수 있다. 중간에 놓고 다같이 보다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가져가서 집중해서 읽고 다시 중간에 내려 놓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가 이야기의 첫 머리는 모두가 합의되었다. 일단 한 남자가 있었다. 두번째 단락도 합의가 되었다. 어떤 노인을 만나서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3, 4는 좀 헷갈렸지만, 내가 보니까 세번째 단락은 노인 덕분에 일이 잘 풀렸고, 네번째 단락에서 이 남자는 한 여자를 만나는데, 남자가 노인에게 들은 지혜로운 이야기를 다시 그 여자에게 해 주는 것으로 끝나는 일종의 우화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콜롬비아 분과 멕시코 분이 동의하지 않았다. 에콰도르 분은 투표를 하자고 했다. 나도 나름대로 시간 순서라든가, 이야기의 구성이 그러하다고 말했지만 짧은 영어 실력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분들은 내가 세번째로 선택한 일이 잘 풀린 부분을 결말이라고 믿고 있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이럴 때 끝까지 설득하다가 안 되면 각자 생각대로 모둠 활동을 마치게 한다. 투표를 통해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 모둠활동은 그냥 나의 생각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고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이 나의 배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리한 순서대로 이야기를 배열하고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걸 우리의 답으로 제출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분이 “우리는 그룹이기 때문에 하나의 답을 만들어야지 그러시면 안 됩니다.”하는 사이에 풀이 시간이 되었다. 결국 답은 내가 말한 게 맞았고 콜롬비아 분이 “왜 우리를 더 설득하지 않았냐?” 하길래 “내가 영어가 짧아서요.” 했더니 에콰도르 분이 “It’s a good reason.”하며 웃었다.

마치고 과일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BTS는 오늘도 TIMES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집에 와 보니 벽돌담이 무너져 있었다. 내가 차로 몇번 밟은 거 같은데 그거 때문인지.. 나중에 홈 디포에 가서 시멘트라도 사서 다시 쌓아야겠다.

저녁에는 소시지를 굽는데 연기가 너무 나서인지 갑자기 소방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다행히 버튼들을 이것저것 눌러보니까 좀 있다가 꺼졌다.
